강창우 (김천황악신문 편집고문)

세계인들의 겨울 축제인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났다. 이제 국내외적으로 서로들 잇속을 챙길 일들만 남았는가.

밖으로는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으르렁 소리가 예전 같지 않다. 그동안 북한과는 ‘양치기 소년과 늑대’ 효과에 길들여있다 보니 어지간하였다. 그러나 김정은과 트럼프 사이의 럭비공 같은 발길질과 한반도를 둘러싼 중국, 러시아, 일본의 능청스런 갑질과 교묘한 속임수 등은 섬뜩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대북특사가 다녀오고, 남과 북 그리고 미국 간의 해빙무드가 조성되는 듯하다. 그러나 미국의 통상압박, GM 사태, 인구감소, 직장을 찾는 젊은이들, 지방선거의 소용돌이... 그리고 #Metoo운동은 이제 정치권에까지 들어서고 있다. 어디 그뿐이랴. 서민들의 장바구니 살림은 더욱 팍팍해지고 있으니... 위와 아래, 좌와 우, 앞과 뒤, 안과 밖... 사이사이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는 듯하여 더욱 안타깝다. 민초(民草)들은 어찌 살꼬? 행복지수? 먼 나라의 이야기 같다.

그러나 반만년을 지탱해온 우리 배달민족에게 이 같은 상황이 어디 한두 번 이었으랴. 암울한 세월 속에서도 겨레의 가슴에 조그마한 희망의 불씨라도 지피고자 하셨던 선각자들의 지혜(智惠)와 혜안(慧眼)에 잠시나마 귀 기울여보고 싶다. 원래 새벽이 가까울 때 귀신들의 장난이 제일 심하다고 하지 않던가.

먼저 독립기념관의 어록비에 새겨진 애국선열의 말씀을 새겨보자.

먼저 백범 김구선생(1876-1949)에게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을 물어본다.

‘네 소원이 무엇이냐?’하고 하나님이 물으신다면,

나는 서슴치 않고 ‘내 소원은 대한 독립이오.’하고 대답할 것이다.

‘그 다음 소원은 무엇이냐?’하면,

나는 ‘우리나라의 독립이오.’할 것이다.

또 ‘그 다음의 소원은 무엇이야?’하는 세 번째 물음에도 나는 더욱 소리 높여서, ‘나의 소원은 우리나라 대한의 완전한 자주독립이오.’하고 대답할 것이다.

그리고 대종교(大倧敎) 창시하신 홍암 나철대종사(1816-1868)는 1915년에 다음과 같은 예언시를 남기셨다.

‘을유년 8월 15일에 일본이 패망하고

소련과 미국이 나라를 남북으로 분단하도다.

공산주의와 외래문화가 민족과 국가를 망치고

공산, 자유의 극한대립이 세계를 파멸할지나

마침내 한민족의 선도문화가 크게 번창하여

공산, 자유의 대립을 막고 홍익인가 이화세계를 이루리라.’

조계칠칠(鳥鷄七七) 일락동천(日落東天)

흑랑홍원(黑狼紅猿) 분방남북(分邦南北)

낭도원교(狼道猿敎) 멸토파국(滅土破國)

적청양양(赤靑兩陽) 분탕세계(焚蕩世界)

천산백양(天山白陽) 욱일승천(旭一昇天)

식음적청(食飮赤靑) 홍익이화(弘益理化)

(예언시의 해설은 독립기념관의 어록비의 내용으로 대신한다.)

또한 구한말의 증산 강일순(1871-1909)선생은 풍수지리학적으로 유명한 회문산(回文山)의 대명당인 오선위기혈(五仙圍碁穴)에 빗대어, 4대강국에 둘러싸인 한반도 정세를 이렇게 비유, 예언하였다.

‘현하 대세가 오선위기(五仙圍碁)와 같으니 두 신선(神仙)이 판을 대하고 있느니라. 두 신선은 각기 훈수하는데 한 신선은 주인이라... 바둑이 끝나면 판과 바둑돌은 주인에게 돌려지리니... 우리나라는 좌상(座上)에서 득천하하리라.

다시 탄허스님(1913-1983)의 말씀도 들어본다.

‘... 5천년동안 고난과 역경 속에서 살아온 우리 민족의 불행한 역사는 머지않아 종결될 것이다... 오래지 않아 한반도는 국운이 융성해질 뿐만 아니라 위대한 인물들이 나타나 조국을 통일하고 평화로운 국가를 건설할 것이다... 역학의 원리로 본다면 오늘날 우리나라가 당면하고 있는 어려운 문제들도 일시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전세계의 문제가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시작하고 끝을 맺게 될 것이다...’

필자는 여기서, 모화(慕化)사상이 극에 달했던 조선조 숙종 연간에, 목숨 걸고 집필한 ‘규원사화(揆園史話)’에 담긴, 북애(北崖)노인의 피 끓는 심정을 되새겨보지 않을 수 없다.

‘슬프다! 우린 조상이 살던 옛 강토가 남의 손에 넘어간 지 이미 천년이나 되어 그 해독이 날로 깊어가니, 지난 일을 돌이켜 생각하면 슬픔을 금할 길 없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조선에 국사(國史)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걱정이다... 후세에 고루한 자들이 중국의 책에 빠져서 주(周)나라를 높이는 사대주의만이 옳은 것이라 하고, 내 나라의 근본을 굳건히 세워 그것을 밝게 빛낼 줄 몰랐다... 슬프다! 후세에 만일 이 책을 잡고 우는 사람이 있다면 내 죽은 넋이라도 한없이 기뻐하리라.’

북애노인은 전국 방방곡곡에서 찾아낸 40여권의 사서(史書)를 바탕으로, 우리의 상고사(上古史)를 ‘규원사화(揆園史話)’에 담았다. 그의 피눈물 나는 심정은 일제 강점기 우리의 역사와 정신을 바르게 세우고자 고군분투하였던 독립투사들의 절절한 마음으로 이어지고 있다.

참으로 어려운 때다. SNS의 발달로 지구가 하나의 촌락으로 변모하고 있지만 먼저 우리 자신을 바르게 알고 함께 어우러져야하지 않을까. 선현(先賢)들의 말씀을 되새겨보면서, 한편으로 우리 것을 바르게 알지 못한다면 급변하는 세태와 신산업의 물결에 줏대 없이 휩쓸리지나 않을까 싶어 자못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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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우 편집고문  1s3ssf@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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