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전문강사 배기성

2월 19일 월요일에 대한민국 국민들은 오후에 전해온 경북의성출신 4명이 포진한 여성컬링 대표팀 승리의 맹활약으로 상당히 고무되어 있었다. 특히 “안경선배” 김은정이 내뿜는 압도적인 카리스마와 그녀가 “영미~~~(동료 스위퍼 김영미 지칭)”를 외칠 때마다, 세계적인 강호 스웨덴, 캐나다, 스위스, 영국 등의 선수단들이 놀라는 멋진 더블테이크아웃이 작렬하니, 어찌 열광하지 않겠는가! 그 압도적인 기량은 바로 어렸을 적부터 함께 해온 끈끈한 협동팀워크가 제 1 원인이라고 모두들 동의한다. 그만큼 팀플레이의 기본은 협동심이다. 틀림없다.

그런데 그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 월요일 밤, 대한민국 전체는 경악과 충격 속에 빠졌다. 차민규 선수의 남자 500m 은메달 획득은 그 사건이 아니었다. 그보다 조금 앞서 치러진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에서 보여준 여자대표팀의 모습 때문이었다. 3명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달려 6바퀴를 돌아 마지막 3번째 들어온 선수의 기록으로 우월을 가리는 경기, 1등이 아무리 빨리 달려도, 뒤의 3등이 늦게 들어오면 아무 소용이 없다. 멀리 갈 것도 없이 2월18일 저녁 이승훈, 정재원, 김민석의 남자팀추월 팀이 예선에서 세계 1등을 하면서 팀플레이의 정수를 보여준 바 있다.

그러나, 여자 대표팀은 전혀 3등을 고려하지 않았다. 이 글에서 선수들의 이름을 적시하지는 않겠으나, 이 순간에도 분노와 실망감은 끓어오른다. 어째서 6바퀴 중 마지막 2바퀴를 남겨놓고 1, 2 등 하는 선수가 맨 뒤에 쳐진 선수를 버려둔 채 앞으로 달려 나가 버렸을까? 어째서 3등 하는 선수가 울고 있는데, 가서 위로도 하지 않았을까? 어째서 경기 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잘 했는데, 맨 뒤 선수가 못해서 졌다.” 식으로 말했을까? 어째서 하루 지난 오늘 아침, 그 1등한 선수가 반성하기는커녕, 자기 동료 선수를 시켜서 SNS에다 “그리 답답하면 국민들 너네 뛰어봐라. 평소에는 응원도 안 해주면서 경기장에선 고함질러가지고 방해만 된다.”식으로 잘난체 해댔을까? 또한 어째서 온 세계가 지켜보는 올림픽을 자신들이 싫어하는 선수를 따돌리고 괴롭히고 망신 주는 장으로 활용하고도 방송카메라를 보면서 비웃음을 대놓고 날리는 뻔뻔함을 보였을까?

이번 동계올림픽을 개최하면서, 대한민국 선수단은 급조된 팀이 많았다. 15개 종목 중 그나마 선수 자원이 풍부한 곳은 오직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두 가지뿐이었으리라, 나머지 종목들은 특정 한 두 선수들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아예 수준급의 선수들이 없어서 타국에서 특별귀화시키기 까지 했다. 그러니 선수들간의 갈등도 정말 많았으리라 충분히 짐작이 간다. 예산은 없지, 선수도 없지, 성적은 내야 하지, 그러다보니, 선수들이 느끼는 부담감은 상상을 초월했음이 분명하다. 아무리 그래도, 국민들이 왜 여자팀추월 경기를 보고 충격과 분노를 느끼는지 정녕 해당 선수들은 모를까? 그 뒤쳐진 3등 선수가 바로 경쟁에서 배제된 우리 자신들의 모습과 같기 때문이다. 즉 동병상련(同病相憐)이 그것이다. 1등만을 기억한다는 둥, 메달따면 모든 게 합리화 된다는 둥의 그릇된 성적지상주의가 약자를 배제하고 미워하는 오만한 대표선수들을 양산해낸 토양이다. ‘그냥 인성이나 협동심 따윈 없이, 금은동메달따고 상금받고 대표자격유지하고, 연금타먹고, 나중에 협회임원이나 코치 그리고 공중파 해설자 등등 하면 되겠지,’ 하는 이 그릇된 성적지상주의 가치관을 어떻게 고치겠는가, 우리는 그 추악한 결과를 바로 2018평창동계올림픽 여성팀추월 경기에서 보고야 말았다. 슬프다. 세 번째로 들어온 그 선수의 모습이 자꾸 떠올라 마음이 매우 무거운 하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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