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업 (김천황악신문 대표)

북에서 단체 손님이 왔다. 김정은의 여동생도 오고, 예술단과 선수들도 왔다. 얼마 전까지 핵위협을 해대던 그들이 음악으로 다시 우리 앞에 섰다. 그들의 의사가 진심으로 평창 동계올림픽을 축하하기 위한 것인지 국제적 제재와 미국의 군사공격을 막기 위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목적 포석일 가능성이 높다. 그들의 목적이 무엇이든 간에 그들은 우리를 울리는데 성공했다.

북한 예술단이 부르는 춤과 노래가 우리 걸그룹보다 잘해서가 아니다. 그들의 노래가 최신곡이라서도 아니다. 그들이 부르는 노래 속에서 여전히 우리는 같은 피가 흐르는 민족이고 언젠가는 하나가 되어야 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념이 다르고 사는 방식이 다르지만 끈끈한 민족애가 끊기지 않았다는 것을 다시 확인한 것은 눈물겨운 감동이다. 그 여운이 비록 길지는 못할지라도 말이다.

올림픽의 성화가 꺼지면 달콤함은 추억이 되어 사라지고 차가운 현실이 기다리고 있음이 몹시 가슴시림을 감출 수 없다. 그들의 공연이 선전 선동이라 하더라도 하나의 민족이고 형제임을 느끼고 교류하는 시간이 소중함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행복한 감동의 시간이 계속되었으면 하는 마음 가득하다.

선수단 5-6명에 공연단이 수십 배나 많은 기형적인 방문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노래를 나는 몇 번이나 다시 돌려 보고 말았다. 공연의 마지막 합창“통일이여 오라”와 “다시 만납시다”라는 노래를 들으며 흐르는 눈물을 닦은 국민들이 어디 한둘이었으랴? 공연단도 울고 보는 이들도 울었다.

꿈과 같이 만났다 우리 헤어져 가도

해와 별이 찬란한 통일의 날 다시 만나자

잘 있어라 다시 만나요. 잘 가시라 다시 만나요

목매어 소리칩니다. 안녕히 다시 만나요

<눈시울을 적시며 나도 몇 번을 따라 불렀다>

며칠 뒤면 다시 총부리를 겨누는 생존의 차가운 벽 앞에 서겠지만, 국민을 굶기는 왕조를 이어가는 모순의 나라이지만 그래도 그 안에서 같은 하늘 아래 같은 피를 나눈 형제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은 한쪽이 죽고 반쪽이 사는 모순을 극복하고 통일의 길로 갈 수 밖에 없는 당위를 깨닫게 만든다.

겹겹이 쌓인 난제들을 잘 풀어 민족의 흐르는 눈물을 닦고, 후손들의 역사책에 남북한 시대라고 기술되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오늘 밤에는 통일된 평양에 가서 삼지연관현악단의 “다시 만납시다”를 감상하는 행복한 꿈을 꾸고 싶다. 달콤한 하룻밤의 꿈일찌라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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