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업 (김천황악신문 대표)

김천의 정치지형이 시계(視界) 제로다. 하루 전만 해도 언론사에 보도자료로 3抛(최고위원,당협위원장,국회의원)을 약속하던 지역구 국회의원이 홍준표를 만난 후 선당후사(先黨後私)라는 명분으로 국회의원 사퇴를 다시 거둬들인 때문이다. 6월13일에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질 것 같던 김천의 국회의원 보궐선거는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역 의원이 한국당의 도지사 후보로 확정되면 보궐선거가 가능하겠지만 사퇴시한에 따라 6월은 물리적으로 힘들어 질수 있다. 이번 사건은 신의 한 수를 보는 듯했다. 역시 정치에는 바둑보다 더 강한 실력의 차이 즉 단수(段數)가 존재한다는 것이 여실히 증명되었다.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자들은 지역구 현역 의원의 도시자 당선을 위해 정말 열심히 뛰어야 한다. 2월5일 최고위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 한국당의 김천 당협위원장이 그 다음 묘수가 될 것이다.

최근 김천의 시민으로 정치를 겪어본 소감은 개밥의 도토리와 다름없다는 생각이다. 평생을 찍어줬던 보수당은 사드를 가지고 장난치다가 실제로는 김천에다 던져놓고 쌩까고 있고,민주당은 사드를 빼는 듯 쑈만 하다가 덜컥 앉혀 놓은 뒤 보상을 해준다고 냄새만 피워놓고 대선이 끝나니 예산 배정은 없다. 쉽게 말하면 둘 다 김천을 가지고 논 것이다.

현직 국회의원은 사드와 관련해서 물병을 맞는 수모까지 당했지만 김천을 위해 사드에 대한 제대로 된 대응은 아직 보지 못했다. 지금은 김천을 떠나서 도백(道伯)이 되고자 한다. 지역민의 애정을 먹고 자란 진정한 정치인이라면 ,김천을 버려도 당선된다고 생각한다면 도리가 없는 일이지만 “국가를 위해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시민들에겐 정말 죄송하다. 도지사가 되면 고향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시민들에게 이 정도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고 도지사에 출마하는 것이 기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긴 한다. 그랬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김천시민들의 지지를 더 받을 수 있었을 텐테 아쉬운 대목이다.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자와 시장 출마예정자들을 보면 과연 이 사람들에게 김천을 맡겨도 좋을지 하는 의문이 든다. 그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정치인은 왜 자기 자신이 정치를 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있어야 한다. 자신조차 설득시킬 논리와 철학이 없는 이가 시민들에게 표를 달라고 하는 것은 후안무치한 일이다. 둘째 김천을 발전시킬 비젼이 별로 있어 보이지 않는다. 많은 이들을 만나보았지만 하는 말은 별반 다르지 않다. 열심히 할테니 도와달라는 것이다. 초등학생 반장선거보다도 못한 말이다. 셋째 우유부단하다. 정치를 하려고 하는 사람이 상황을 살피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정치에 나서는 것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결단이다. 그걸 시민들과 주위사람들에게 나갈까요? 말까요? 물어본다는 것은 아주 우스운 일이다. 제대로 된 정치를 하려는 이들은 간보기로 일관한 것이 아니라 칼을 뽑아야 한다. 자신의 마음을 베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선거라는 치열한 전투에서 적을 벨 수 있을까?

도의원과 시의원에 나오는 사람들은 여러 부류이다. 현직정치인,관료출신, 정치에 붙어서 돈을 번 사람,각종 관변단체의 장, 아파트 대표회장, 사드관련 운동가 등등 이들의 과거행적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각종 전과와 시민들을 향해 마이크를 집어던진 사람 등등

전과도 여러 가지 종류들이 있다. 경제사범,폭력사범,선거사범,파렴치범...

시민들을 적대시하고 공개적으로 모독한 사람들도 선거판에서는 달콤한 시인이 되고 카운셀러도 되고 수필가도 된다. 전혀 칼러가 맞지 않는 정치지망생에게 신문의 한 면을 할애해 주기도 한다. 선거법을 살펴볼 일인데 말이다. 하여튼 정치는 참 재밌는 場이다. 현직이 미래의 권력을 졸졸 따라다니는 모습은 귀여운 미키마우스를 연상케 한다.

정치의 계절에 많은 이들이 폭풍처럼 나타났다 썰물처럼 사라진다. 지역이든 중앙에서든 큰 정치인이 되려면 조금은 진중하기를 기대한다. 스스로 정치인의 자질을 갖추었는지 충분히 고민한 후에 선거에 나오고, 출마했다면 흔들리지 말고 ,철새처럼 옮겨 다니지 말고 자신을 철저히 믿고 낮은 자세로 시민에게 다가간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김천을 위해 출전한 많은 정치 한량들에게 건승을 기원 드린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기대의 반의 반이라도 충족시켜줄 시민의 공복이 탄생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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