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구 김천시 관광정책팀장

김천시 남면 오봉리 금오산 서쪽 기슭에 위치한 갈항사지는 신라 효소왕(692년)때 의상대사의 제자인 승전법사에 의해 창건된 사찰로 경덕왕 17년(758년)에 원성왕의 어머니(조문왕태후), 이모, 외삼촌(언적법사)의 발원으로 세워진 동·서 삼층석탑이 1916년 2월 일본인 도굴범이 탑을 훼손하여 같은 해 6월과 1921년 3월에 동탑과 서탑을 조선총독부박물관, 즉 경복궁 야외 정원으로 옮겨 복원·전시 한 후 지금은 국립중앙박물관의 석조물 정원 야외 전시실로 이전되었으며, 각 석탑에서는 사리장엄구가 출토되어 현재 국립대구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신라 석탑에 명문이 새겨진 유일한 탑으로 신라 역사를 이해 하는데 중요한 이 탑은 동탑 기단부에 우리나라 이두 문자 중에서 가장 오래된 글자로 새겨진 석탑의 명문을 통해 언제 누구의 발원으로 이 탑이 세워졌는지를 알 수 있어 역사학, 불교사, 미술사는 물론 금석학과 언어학 연구에 있어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들려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조만간 갈항사 삼층석탑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국립대구박물관으로 이관할 계획이라고 한다.

불교의 경전인 금강경에 환지본처(還至本處)라는 말이 있다

2600년전 깨달음에 이른 한 성인이 그 제자들과 함께 당시 인도 사위국의 수도 사위성에 아침공양을 떠났다가 본래의 곳으로 돌아와 식사를 마치는 모습이 금강경의 첫 풍경이다.

위의 표현대로 부처님이 세상에 계실 때 인도 수행자들은 매일 아침 사람들이 있는 마을에 들어가 탁발을 하고 수행처로 되돌아와서 탁발한 음식을 나누어 먹고 살았다. 이렇게 먹을 것을 얻어서 수행처로 돌아오는 것을 환지본처(還至本處)라고 한다.

요즘엔 본래 있던 자리로 돌아간다는 말로 널리 쓰인다.

특히, 문화유산이 제자리를 찾아 돌아올 때 많이 접하는 말이다.

프랑스의‘외규장각 의궤’와 일본의‘조선왕조실록’미국의 대한제국‘국새’및‘조선왕실어보’,‘신흥사 영산회상도와 시왕도’의 반환과 가장 최근에는 지난 5월 19일 미국 보스턴 박물관에서 석가모니불 등 3여래 2조사의 사리를 100년만에 반환받아 양주 회암사지로 돌아올 수 있었다.

국내에서도 지자체별로‘문화유산 제자리 찾기’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일제강점기인 1911년 일본에 의해 무단 반출되었던 국보 제101호 지광국사탑이 환수 후 서울의 경복궁 경내에 있다가 112년만인 지난해 8월 고향인 원주 법천사지로 돌아오기도 했다.

불국사 삼층석탑에서 완성을 본 신라 석탑의 전형양식이 어떻게 경주를 벗어나 확산되었는지를 보여주는 갈항사 삼층석탑은 그 건립시기가 신라가 통일 후 한창 난숙한 문화의 꽃을 피우던 때로 불국사와 석굴암이 조영되는 무렵, 녹록치 않은 장인의 솜씨를 기대해도 좋을 시대였던 것이라고 한다.

또한, 전체적으로는 아담한 크기에 적절한 비례, 소박하고 건실한 미감이 돋보이는 석탑으로 우현 고유섭(高裕燮, 1905~1944) 선생은 이 두탑을 ‘단려(端麗)하고 아순(雅淳), 가장 문아(文雅)한 탑의 하나’라고 평가했다.

환지본처는‘본래 자리로 돌아오다’라는 의미이다. 사람은 자신의 고향에 돌아왔을 때 편안함을 느끼듯, 문화유산은 제자리에 있을 때 가장 빛이 나고 역사성과 정체성이 가장 잘 드러날 것이다.

갈항사 삼층석탑은 본래 있던 자리인 갈항사로 돌아옴으로서 그 영혼과 역사가 회복될 것이다.

환지본처를 위해 시민들이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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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업 대표기자  hwangak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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