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用 강창우 (다물上古史硏究會 회장)

새해다. 가장 많이 나누는 덕담은 무얼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가 아닐까.

새해가 열리기 며칠 전, 새해 첫날에 우리는 ‘시민대종’을 치고, 간단한 점심으로 외식을, 그리고 영화를 한편을 보자는 의견을 모았다. 새해 첫날 오전 12시까지 시민대종을 개방한다고 하여 11시쯤 집을 나섰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인가. 때마침 시장님과 관계자들이 시민대종 쪽으로 올라오는 게 아닌가. 그들을 폰카에 담고, 악수하고... 우리도 3회 타종하였다. 추운데 수고하시는 분들이 고맙고, 시원하게 확 터인 시야로 들어오는 황악산은 참으로 늠름하였다.

가장 많이 비는 소원은 무얼까?

‘건강과 행복’이 아닐까.

건강도 행복의 요건 중 하나로 볼 수 있겠다. 바라는 사업이나 학업, 소원 등의 끝에도 결국 행복이 있는 게다. 사전에서, 행복이란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 또는 ‘복된 좋은 운수’라고 풀고 있다.

행복을 생각하노라면 나름 세 가지의 요건(?)이 떠오른다.

첫째는 자작자수(自作自受)다. 복을 받을 만한 무언가를 지었기에 복을 받는 것은 아닐까. 원인 없는 결과는 없는 법이 아닌가. 아직 때가 무르익지 않아 복을 받지 못한다는 말씀도 있지만,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는 이제 ‘복 많이 지으세요’라는 덕담으로 바뀌어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작복(作福)’이다. 감 떨어지기만을 기다릴 게 아니라 부지런히 복을 지어야 복 받을 일도 있을 게 아닌가.

두 번째는 영속성(永續性)이다. 참으로 행복한 순간이라면 ‘꿈이 아니기를’ 바라고, 정말 어려운 순간이라면 ‘제발 꿈이기를’ 바란다. 행복한 순간을 오래도록 누리고 싶은 게 인지상정(人之常情)이 아닌가. 그러자면 복을 아껴 오래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석복(惜福)’이다.

세 번째는 영원한 복이 있을까, 있다면 어디 있노? 하는 문제다. 모두 복을 찾아 헤맨다. 남송(南宋)시대 나대경(羅大經 1196-1242)의 <학림옥로(鶴林玉露)>에 어느 비구니의 오도송(悟道頌)이 실려 있다. 원문에 대하여 의견이 분분하여 그 내용만 싣는다.

종일토록 봄 찾아 헤매도 봄은 안보여

짚신이 다 닳도록 온 산을 헤맸네.

돌아오는 길 우연히 매화꽃 아래 지나노라니

봄은 이미 가지 끝에 만발하였구나.

찾는 것이 먼 곳에 있는 게 아니라, 가까이에 있음을 일깨운다.

당나라 때, 마조도일(馬祖道一) 선사는 자신을 찾아온 대주혜해(大珠慧海)에게 이렇게 말한다.

‘어찌하여 너의 보물 창고를 집에 놔두고, 쓸데없이 돌아다니는가? ... 자네가 바로 그 보물 창고라네.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있어 조금도 부족한 것이 없네. 또한 쓰려고 하면, 얼마든지 마음먹은 대로 쓸 수도 있네.’

김수환 추기경의 말씀이다.

‘사랑: 자애도 이 범주에 속합니다. 소리나 입으로 하는 사랑은 향기가 없습니다. 진정한 사랑은 이해와 관용, 포용과 동화, 자기 낮춤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나는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가는 70년이나 걸렸습니다.’

가슴에는 하늘의 씨앗이 잠들어 있단다.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간 사람은 행복하다. 어린아이가 되고, 바보가 된다. 그래서 하늘의 씨앗을 일깨우고, 영원한 하늘 사랑을 베풀어 줄 수 있기 때문이란다.

행운도 행복일까? 로또? 법정스님은 ‘행복의 비결은 필요한 것을 얼마나 갖고 있는가가 아니라, 불필요한 것에서 얼마나 자유로워져 있는가에 있다’, 그리고 ‘행복은 결코 많고 큰 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적은 것을 가지고도 고마워하고 만족할 줄 안다면 그는 행복한 사람이다’라고 말씀하신다.

그리고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라고 일러주신다. 행복이 가진 것과 반드시 비례하는 것만은 아닌 것 같고, 마음가짐도 중요하다는 말씀이리라.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정말 쉽지 않다. 비록 그렇더라도, 머리를 쓰면서 밖으로만 내닫지 말고, 올해는 조금씩 조금씩 가슴으로 내려와 사랑으로 사랑으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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