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用 강창우 (다물上古史硏究會 회장)

2018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60간지(干支)중 무술(戊戌)년이다. 12지신(支神)상으로는 열 한 번째의 띠로 술(戌)생, 즉 올해는 개띠해다.

개에 얽힌 이야기들을 모아본다.

시간상으로 술시(戌時)는 오후 7-9시 사이를 말하고, 방위로는 서북서(西北西)에 배당한다. 달(月)로는 9월, 절기상으로 17번째 한로(寒露)에서 19번째 입동(立冬)까지에 해당한다. 음양 오행상으로 볼 때, 양(陽) 토(土)으로 본다. 이에 대응하는 서양 별자리로는 천칭(天秤:저울)좌에 해당된다고 한다.

혹자는 올해를 ‘황금개’의 해라고 한다. ‘무(戊)’가 오행상 ‘토(土)’를 의미하고, ‘술(戌)’ 또한 토(土)에 해당한다. 따라서 토(土)가 두 번 겹친 개띠해라 하여 황금개의 해라고 한단다. 왜 황색(黃色)인가? 오행상 토(土)의 색을 황색으로 보기 때문이다. 사실 올해는 황색의 개, ‘누렁이’의 해인 셈이다.

개는 페르시아 베르트동굴의 기록으로 볼 때, 약 만여년 이전부터 인간과 같이 살았다고 추정한다. 인간과 친밀하고 가까운 동물로 온순하고 영리하며, 용맹스럽고 충성을 다하며 잘 따르지만 낯선 이에게는 경계심과 적대심을 늦추지 않는다. 집 지키미, 사냥, 맹인 안내, 양떼 몰이, 길안내, 탐사 등에 능하고, 요즈음 반려동물로서도 인기가 높다.

<삼국유사>에는 백제 멸망 전에 사비성의 개들이 왕궁을 향에 슬피 울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민속적으로는 개가 담 위에 올라가 입을 벌리고 있으면 그쪽 방향의 집에 큰 흉사가 있을 것으로 보거나, 지붕이나 담 위에 올라가 짖거나 이유 없이 땅을 파면 집안에 흉사가 있는 징조로 여겨 개를 없애고, 근신하면서 천지신명에게 빌었다고 한다. 또한 앞마당에서 이유없이 짖으면 경사의 조짐으로, 개꼬리에 지푸라기가 묻어 있으면 손님이 오는 것으로 생각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개가 풀을 뜯어 먹으면 큰 비가 오고, 떼지어 다니며 뒹굴고 기뻐하면 큰 바람이 불어올 징조라고 여겼다 한다.

개가 삿된 것을 물리치는 능력이 있다 하여, 대문에 문배도(門排圖)로서 개그림을 붙여 잡귀의 접근을 막기도 하였다고 하고, 흰 개가 망자(亡子)를 저승으로 안내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사실 개에 대한 평가는 칭찬과 비하, 충복과 비하 등으로 엇갈린다. 충렬왕 8(1282년)에는 개성 진고개에서 개가 눈먼 고아를 위해 음식을 얻어 먹여 키웠다 하여 벼슬을 내린 적도 있다. 그리고 경북 선산군 도개면 신림동의 의구총(義狗塚)과 의구비, 평남 용강군 귀성면 토성리와 평양 선교리의 의구총, 충남 부여군 홍산면 북촌리의 개탑 등은 화재로부터 주인을 구하고 죽은 개의 충직함과 의리를 전하고 있다.

또한 개는 속담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동물이다.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쓴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 ‘개 꼬리 삼년 묻어 두어도 황모 못된다’, ‘개가 똥을 마다 한다.’고 하였고, ‘개발에 편자’, ‘개밥에 도토리’, ‘개도 나갈 구멍을 보고 쫓아라’, ‘개눈에는 똥만 보인다’ 등과 함께 ‘개 팔자가 상팔자’라는 속담도 있다. 이처럼 주로 부정적인 의미의 속담이 많고, 개XX처럼 욕설이나 비속한 표현으로도 빼놓을 수 없는 동물이다.

올해 개띠해에 앞으로 4년 동안 지방의 살림살이를 책임질 선량(選良)들을 뽑는다. 정치권의 이합집산(離合集散)이 이미 시작되었고, 상대방을 비난함으로써 스스로의 가치를 알리고, 높이려는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이런 시절에 견주어, 영조 시절 궁중화원이었던 남리(南里) 김두량(1696-1763)이 1743년에 그린 삽살개 그림속의 화제(畵題)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그림 속의 화제(畵題)나 개의 종류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있지만, 황금색 비단 바탕위에 몸통과 꼬리의 미세한 털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 생동감 있게 표현되어 있다.

柴門夜直(사립문에서 밤을 지킴이) / 是爾之任(곧 너의 소임이거늘)

如何途上(너는 어찌하여 길에서) / 晝亦若此(대낮에도 이처럼 짖느냐)

내용은 시끄럽게 짖는 개를 꾸짖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그림을 사진에 담아 전한 최정동 기자는, 당시 영조가 붕당정치 해결을 위해 탕평책을 실시하자 정치 주도세력인 노론이 사사건건 방해를 하고 나서는 것을 꾸짖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설명한다.

우리 사회에는 ‘58년 개띠’라는 고유명사가 있다. 올해 환갑(還甲)이다. 전후 최고의 출산율을 기록한 베이비붐세대인 그들은 태어나 지금까지 도시와 시골, 아파트, 군사독재, 입시 때마다 바뀐 입시제도, 역대 최고의 예비고사와 본고사의 경쟁률, 산업화, 민주화, 치열한 경쟁 등으로 대변할 수 있는, 전후 한국사회의 격동을 그대로 몸으로 겪었다.

정치판의 58년생은 추미애, 유승민, 김부겸, 이정현 등이 있고, 여운형, 김원봉, 조봉암, 노무현 대통령 등 역사적 인물도 개띠다. 그리고 현빈, 비, 송혜교, 한가인, 수지, 강호동, 박명수, 김구라, 지상렬, 박수홍, 이병헌, 김혜수, 유해진, 류승룡, 정준호, 차승원, 김수로 등 배우들은 70년생 개띠들이다.

개는 충(忠)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충(忠)은 중(中)과 마음(心)을 합한 글씨로 ‘가운데 마음을 둔다’는 뜻으로, 치우치지 않는 올곧은 마음자세를 뜻한다. 그러나 그 중심이 둘이면 환(患: 中+中+心)이 되어 근심과 걱정, 고통과 재난과 병(病)을 뜻하는 글씨로 변한다. 회오리치는 살얼음판 속에서 살림살이가 ‘충(忠)’에서 ‘환(患)’으로 바뀌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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