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用 강창우 (다물上古史硏究會 회장)

오늘은 어린이날, ‘어린이’는 순 우리말이다. 얼이 드나드는 굴(窟)이 있는 곳을 ‘얼굴’이라 하듯이, 어린이는 ’얼이 이른 사람’이고, 어른은 ’얼이 큰 사람’이란다. 그러고 보면 ‘얼간이’와 ‘어리석은 이’의 뜻은 자명하다. 그렇다면 나도 아직은 ‘어린이’가 아닌가.

어떤 나이의 ‘어린이’든 함께 즐길 수 있는 감성 애니메이션, ‘마루밑 아리에티’를 소개한다. 일본 ‘스튜디오 지브리(GHIBLI)’의 작품으로 판타지 애니메이션이다.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각본으로, 2010년 우리나라에서 개봉되어 20일 동안 관객수 백만 명을 넘긴 작품이다.

‘지브리’는 사하라 사막에 부는 열풍을 뜻하는 리비아 말이란다. 세계적인 작가 미야자키가 세운 주식회사로,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 ‘벼랑 위의 포뇨’, ‘모노노케 히메’ 등의 작품으로 유명하다. ‘아리에티’는 미야자키가 젊은 시절 읽었던 메리 노튼(Mary Norton:1903-1992)의 ‘The Borrowers(1952년 카네기상 수상)’을 각색한 작품으로, 일본에서는 92억6000만 엔, 미국에서는 1.900만 달러를 벌어들인 유명한 작품이다.

사실 필자에게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시간은 곧 힐링 타임이다. 안정감을 주는 파스텔 톤의 색감이나 마치 살아있는 듯 자연스런 등장인물들의 섬세한 표정과 움직임, 그리고 빈틈없이 탄탄한 작품의 구성과 부드럽게 전달되는 작품의 메시지 등은 필자를 인간적인, 순수한 감성의 세계에 스며들게 한다.

‘아리에티’는 사람의 집에 함께 살면서, 사람들의 물건들을 ‘빌어’ 쓰면서 자급자족하며 사는 소인(小人) 가족의 이야기다. 그들에게는 비록 함께 살지만 결코 인간에게 들켜서는 안되며, 발각되면 즉시 옮겨가야 하는 절대적인 규율이 있다. 그렇지만 병약한 쇼우가 할머니 집에 요양차 오게 되어, 소인 소녀인 ‘아리에티’를 발견하는 순간부터 상호 교류가 이루어지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살림에 필요한 온갖 소품을 스스로 만들면서, 빌려 사는 집의 구조와 상황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는 믿음직한 아빠 ‘포드’, 겁은 많지만 가족을 사랑하면서 멋진 가사솜씨를 뽐내는 솜씨 좋은 엄마 ‘호밀리’, 용기있고 당당하며 모험심에 넘치는 키 10cm, 14세의 예쁜 소녀 ‘아리에티’, 그리고 인간에 발각된 후 옮겨가는 아리에티 가족을 돕는 길잡이 야생소년 ‘스피라’...

 

그리고 부모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심장수술을 앞두고 시골의 할머니 댁으로 요양차 내려온, 외롭고 연약한 소년 ‘쇼우’, 소인의 존재를 확신하지 못하지만 온유하고 다정한 할머니 ‘사다코’, ‘쇼우’의 일상을 염탐하면서 소인의 존재를 확신하고 결국 ‘호밀리’를 사로잡아 마치 벌레처럼 다루는 가정부 ‘하루’, 그리고 ‘쇼우’와 ‘아리에티’를 연결해주는 고양이...

필자는 작품 ‘아리에티’가 등장인물들을 통하여 새로운 생명을 대하는 인간의 다양한 관점을 표현하고 있다고 본다. 소인을 인정하고 서로 교감하면서 도우려 하지만 결국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해내지 못하는 ‘쇼우’, 저들의 의사와 전혀 상관없이 강제로 소인을 드러내어 통제하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관리하려는 호기심 가득한 가정부 ‘하루’, 소인을 인정하지 못하고, 할아버지 때부터 소인에게 전할 소형 살림살이 소품을 결국 전하지 못하는 할머니 ‘사다코’... 결국, ‘아리에티’ 가족은 정체가 드러나고, ‘스피라’의 안내로 집을 옮긴다.

그렇지만 인간과 소인의 교류에서 ‘아리에티’가 겪은 경험은 그녀의 앞날에 매우 소중한 자산이 되리라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쇼우’도 자신의 생명에 대한 긍정과 무한한 가능성을 느끼고 배우고 있지 않은가. 이 작품은 미래가 곧 그들이 만들어 가야 할 무대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인간의 삶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생명과의 공존은 결국 불가능한가. 늘 그러하듯 자연은 인간이 손댄 만큼 망가지고 마는가. 필자는 끝내 전하지 못한, ‘쇼우’ 증조부가 만든 소인들의 살림살이에 ‘아리에티’의 안타까운 주제의식이 담겨있다고 본다.

희망과 사랑, 그리고 삶과 생명의 의미, 안타깝고 애틋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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